<대회 개요>
올해도 국무총리기 국제생활체육구간마라톤대회가 열렸다.
24년 11월 9일 9시 제주도청을 출발해 서귀포월드컵경기장까지 서쪽을 향해 80.4km 구간을 달린다.
나이와 성별로 구분해 10개 구간으로 나누고 정해진 시간 내에 들어오지 못하면 컷 당하는 대회다.
일반적인 마라톤대회가 아니라 팀 경기로 치러지기에 선수들 긴장감이 배가 된다.
<참가 팀>
작년 우승팀은 경기팀이다. 전 구간을 다 휩쓸고 1위를 했다.
올해는 참가하지 않아 아쉬웠지만 대신해 부산, 대구, 경북팀 그리고 제주대표팀이 참가했다.
번외 팀으로 성북구와 부천시, 그리고 제주도내 마라톤 동호회 11개 팀이 함께 참가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도 참가했던 대만과 몽골선수 포함하여 레이스를 벌이는 대회다.
한 대회에 여러 성격의 팀들이 섞여 있는 조금은 색다른 대회다.
지난해에는 제주 동쪽으로 올해는 서쪽 방향으로 달리게 된다.
몇년 전에는 이틀간에 걸쳐 제주도 한 바퀴를 다 도는 대회였는데 지금은 많이 축소시켰다.
<대회 후기>
첫 출발지는 제주도청이다. 1구간 출발지로 도두까지 4.2km를 달리게 된다.
어떤 일이든 첫 역할을 맡은 사람의 무게감이 더 한 법이다.
50대 후반 선수들이지만 피지컬이 2,30대 청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평소 체력관리와 자기 관리가 잘 된 끝판왕들이랄까.
필자는 대회 맨 마지막 구간인 10구간 선수로 출전한다. (제주런너스클럽 A팀)
맨 마지막 주자에 대한 부담도 첫 주자 못지않다. 평소 긴장감을 즐기는 편이지만 이번 대회는 많이 부담됐다.
꾸준히 준비를 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사실 A팀에 소속되어 뛸 만큼의 실력이 아니다.
그저 후보선수로 이름만 넣어놓았다가 출전하기로 한 선수가 개인 사정으로 출전을 못하게 되면서 얼떨결에 뛰게 되었다.
필자가 달릴 마지막 10구간은 중문 천제연폭포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서귀포월드컵경기장까지 8.6km.
구간 대부분 평지인 듯 하나 오르막이 3분의 2여서 쉽지 않았다.
출발 전 각 선수들이 몸풀기에 여념 없다.
하나같이 빼빼하다. 그리고 다리 허벅살이 유난히 찰랑찰랑거린다.(한번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탐스럽다)
다른 스포츠 종목들은 단단한 근육이 느껴지는데 유독 달리기 선수들은 근육이 아니라 늘어진 살덩어리를 달고 다닌다.(하지만 땅을 딛는 순간 지근 섬유들이 돌덩이 모양으로 실체를 드러낸다)
착용한 신발은 거의 이름 있는 브랜드들이었다.
신발창과 아스팔트와 접지에서 나오는 소리가 자전거 타이어가 노면에 스치는 소리다.(쫙쫙~)
가벼운 뜀걸음에 경쾌한 소리가 더해져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켰다.
출발 총성에 17명이 출발했다.
딱 200미터 구간만 무리가 형성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선두권을 볼 수 없었다.(멀리멀리 갔다)
4킬로미터 지점까지 서귀포마라톤클럽 선수와 같은 페이스로 뛰었다. 같이 맞춰가면 마지막까지 퍼지지 않고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동반주를 생각했다.
5킬로미터 정도 지날 때쯤 옆 선수 페이스가 조금 느려졌다.
'치고 나갈까? 아니면 조금 더 동반할까?' 고민하다가 조금 치고 나가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1미터 정도 앞으로 나갔는 데 따라붙질 않는다. 조금 더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옆 선수도 지쳤구나' 생각했다.
오늘따라 호흡이 거친 거 외에 다리 힘은 아직 남아 있다. 더 빨리 가려고 말고 지금까지 달려온 페이스만 유지하자는 생각만 했다.
주로에서 응원을 많이 받았다. 다른 클럽 분들이지만 연신 '런너스 파이팅'이라고 외쳤다.(주는 물은 받아먹을 정신이 없어서 그냥 통과)
앞을 봤다. 400미터 앞에 주자가 보였다. 힘이 넘치게 달리고 있었다.
따라가는 건 불가능.
이제부터 지금 순위를 지켜야 했다. 골인지점 100미터를 남겨두고도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이 될 수 있기에 최대한 몸 상태를 체크하면서 땅을 디뎠다.(절대 추월을 허용하지 말자는 정신으로)
어느순간 뒤쪽에서 리듬 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뒤따르던 선수가 바로 뒤에 있다는 생각에 골인지점을 체크하기 위해 앞을 봤다.
직선거리로 300미터. 앞에 주자들이 다 골인한 덕에 피니쉬 지점의 사람들이 모두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묘한 기분이다.(언제 이런 주목을 받아봤을까?)
이제 힘차게 달리는 일만 남았다. 회원들이 다 쳐다보고 있을 거니 멋지게 들어가야 한다.
멋진 골인을 위해 단거리 주법으로 바꿨다.(그래봐야 거기서 거기지만)
골인지점까지 뛸 수 있는 최고속도로 들어왔다.
바로 뒤 선수와는 8초 차이다. 설렁설렁 뛰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골인후 바로 뒤 선수가 내게 와 고생했다며 악수를 청해왔다)
골인 후 알게 된 사실인데 필자가 컷 오프 당했으면 팀 순위가 바뀔 뻔했다.
뛰기 전 클럽회원들은 달릴 수 있을 만큼만 달리면 된다. 기권만 안 하면 된다라고 했던 이유가 있었다.
회원들의 격한 완주 축하가 이어졌다.
그들도 내심 걱정이 있었으리라.
필자가 중간에 포기하면 어쩌나, 오버페이스 해서 맨 꼴찌로 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컷 오프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던 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밝은 얼굴로 나를 반겨줬으랴.(그래도 고마운 일이다.)
마라톤은 개인 운동이다.
하지만 팀 경기로 전환되었을 때 부담감은 다른 종목에 비할 바가 못된다.
주로에서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자신의 레이스운영으로 이번 경기에 책임지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고
자신의 정신력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 포기하는 순간 나약함을 인정하는 거기에.
아울러 자신의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달릴 수 있는 용기.
팀 경기로 참가하게 되면 위에 모든 사항들을 짊어져야 한다.
잔인한 경기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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