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접수>
올해 20회째를 맞는 제주감귤국제마라톤대회가 11월 17일(일) 열린다.
제주도에서 풀코스를 뛰는 유일한 대회인 듯싶다.
종목구성이 다양해 도내 달림이들은 물론이고 (과거에도 그랬듯이) 도외지역에서도 많이 참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회 종목은 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 등 4 종목이다.
각각 제한시간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5시간 / 2시간 30분 / 1시간 30분 / 1시간)
그리고 출발시간도 다르다(풀, 하프코스는 09시 출발, 10km는 09시 10분 출발, 5km는 09시 20분 출발)
이번대회 단체 대항전은 풀코스다.
지역, 직장, 기관, 동호인클럽 구분이 없이 팀당 최소 5명에서 최대 7명까지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특이한 것이 남녀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여자선수는 10분을 차감하여 집계한다.
그리고 클럽대항전 참가 선수가 개인 시상권에 들어온다면 중복시상을 한다.
개인시상은 풀코스 5위까지, 하프코스와 10km 코스, 그리고 클럽대항전은 3위까지 트로피와 부상을 지급한다.
이번대회 도외 참가자들에게는 제주감귤 1박스씩 제공될 예정이다.
(대회 격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좋은 아이디어라고 본다. 하지만 제주참가자들에게도 똑같이 지급해 주면 좋겠다)
대회 코스는 제주해안도로를 따라 뛰는 무난한 코스다.
11월의 선선한 가을날씨에 달리기에 딱 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바람이 변수다.
제주는 보통 07시부터 10시 정도까지 바람이 제일 없다. 당일 비날씨만 아니라면 OK!
기념품은 검은색 티셔츠다. KOLPING 제품으로 사이즈는 90부터 110까지이다. 콜핑이 등산용품전문 제품이라 한번 기대해 본다.
참가신청은 접수마감은 10월 16일까지다.
필자는 오늘 참가신청을 마쳤다. 풀코스를 준비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지만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한다.
목표가 있어야 나태를 이길 수 있다. 나는 더 그렇다.
1차 목표는 다치지 않고 완주하는 것.
2차 목표는 서브 4 달성.
여러분 모두 각자 목표를 꼭 이루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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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D-4>
감귤국제마라톤 배번이 도착했다. 기념품인 티셔츠도 함께.
참가인수가 8000천 명이나 된다고 하니 대회규모가 엄청 크다.(제주에서 8천 명 모으기가 쉽지 않다)
현재 몸 컨디션은 나쁘지는 않지만 장거리 연습을 못하고 대회에 참가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
추측하건대 20km 이후부터 종아리 경련이나 고관절 통증, 무릎 통증이 찾아올 거다.
걷지만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를 잘 나눠 유지하는게 제일 중요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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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D-1>
이틀전 10km로 컨디션 조절한 거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연습량이 턱 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뛰어볼란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해봐야겠다.
오늘 점심은 탄수화물 축적시킨답시고 짜장면 곱빼기. 믿을 구석이 없으니 먹는 거로라도 기대 걸어봐야겠다.
퇴근 후 내일 대회 때 입을 복장을 점검했다.
상의는 클럽티(싱글렛), 하의는 타이트한 반바지, 신발은 베이퍼플라이 2(밑창은 슈구로 덧칠해 놓음), 양말은 두꺼운 걸로, 모자와 선글라스, 그리고 팔토시, 선크림, 정해진 구간마다 섭취할 파워젤까지 챙겼다.
내일 아침 6시에 제주공설운동장에 집결하고 클럽 회원들과 단체이동하기로 했다.
자! 내일 시간분배 잘해서 완주의 기쁨과 만족할만한 기록을 가져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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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후기>
05:00 알람소리에 일어났다.
어제 잠자리 들기전 준비물을 세팅해 놓은 터라 아침 준비시간이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아침식사(미숫가루, 고구마, 바나나, 당근주스)를 너무 여유롭게 챙겨 먹었는지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이 빠듯할 정도로 여겨졌다.
회원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까지 걸어가야 해서 서둘러야 했다.
아침부터 여유로워야 하는데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좋은 징조가 아닌 듯하다.
종합경기장에서 애니카님, 만수님, 폴짝님을 만나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대회장이 조천이라 30여분정도 이동했다. 날이 밝기까지는 조금 더 있어야 할 듯하다. 운동장에는 각 클럽별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고 우리 천막(런너스클럽)을 찾아 짐을 내리고 세팅했다.
7시 20분이 되니 동이 거의 텃고 회원들도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다들 얼굴을 보자마자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습에서 다들 즐거워 보였다.
필자가 풀코스를 뛰어본건 두 번이다. 오늘 뛰면 세 번째다. 과거 기록을 찾아보니 마지막 풀코스 뛴 게 2008년도다. 그때도 감귤마라톤대회였다. 3시간 58분의 기록이었다.(당시 젊었던 터라 서브 4는 했음)
그 이후로 40키로미터 이상을 뛰어본 적도 없다. 두려웠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유튜브 마라톤채널을 돌려보며 동기부여도 많이 받았고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출발점에 섰다.
초반 페이스는 5분 20초 정도였다.
7km까지는 만수님과 페이스를 맞춰 나갔다.
몸이 가벼웠고 이런저런 얘기를 할 정도로 여유로웠다.(지금 상태로 그대로 간다면 3시간 40분 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급수대에서 바나나 조각 하나 까먹다보니 만수님과는 멀어지고 제주런클 지주회장님, 청어람님과 수안님 그룹을 만나 함께 레이스를 했다.
내 기준으로 페이스가 빠른 듯 했지만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불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갈 때까지 열심히 가보자는 생각에 반환점을 돌았다.
이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급수대에서 파워젤을 까먹는 사이 같이 레이스를 하던 회장님 일행과 멀어졌다.
따라가려고 해보았지만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처음에 거리가 100미터 정도였는데 400미터가 되어 있었고 나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필자의 페이스도 급격히 느려지고 있었다(5분30초) 하지만 아직 다리 이상은 없었고 같은 페이스로 더 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필자를 추월하는 주자들이 생겨나고 있음에 페이스가 더 느려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예상했던 상황이 어김없이 발생했다.
32km지점에서 오른쪽 종아리 경련증상이 생겼다.
필자 앞에서 뛰던 선수도 경련증상이 있는지 힘들어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뛸 수 있었던 한계거리였음을 깨달았다.
골인은 해야 하는데 거리가 10km나 남았다.
36km 지점에서 왼쪽 허벅지까지 경련에 굳어졌다.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내 기록보다는 '런너스클럽' 교복을 입고 걷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주로 응원단들이 파이팅을 외쳐줄 때면 뛰는 시늉을 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38km 지점이다.
왼쪽 팔(전완근)에 경련이 온다.
마라톤이 전신운동임을 깨닫는 상황이다.
팔치기의 중요성!
39km 지점에서는 오른쪽 등근육과 갈비뼈 쪽 근육이 뭉쳐지며 통증이 왔다.
지금 내가 제일 편한 자세는
걸으면서 왼팔을 내리고 오른팔을 치켜드는 자세다.
나의 이상한 자세를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측은하게 쳐다봤지만 나는 내가 살아야 하기에 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40km 지점이다.
이제 2km 남았다.
골인지점이 가까워오자 각 클럽 응원단들이 주로 에 나와 응원을 벌이고 있었다.
걷기와 뛰는 시늉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을 보이기 싫었다. 그냥 빨리 골인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조금 뛰어보려고 하는 순간 오른쪽 허벅지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측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발목과 발가락도 제멋대로 꼬이고 있었다. 통증에 도로 경계석에 잠시 기대고 있었다.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근육들은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좌우로 펌핑을 하고 있었다.
남은 거리 1.5km다.
걷든 뛰든 일단 가자.
나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가려줄 수 있는 선글라스가 있어 다행이었다.
골인지점인 경기장이 보인다.
이제부턴 어떤 일이 있어도 뛰어야 한다.
골인지점에 있던 많은 응원단들.
연신 힘내라는 파이팅은 외치고 있었지만 내게 완주축하 함성으로 들리지 않았다.
골인이다.
4시간 21분 38초
골인 이후 완주라는 희열보다는 아쉬움이 많았다.
장거리 연습을 못한 것.
겁 없이 풀코스에 덤빈 것.
편안히 완주할 수 있을 것이란 자만.
너무나 정직하고 요행을 허용하지 않는 마라톤에 섭섭하긴 했지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다.
어차피 마라톤 우승이나 엄청난 기록단축을 바라는 게 아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 하고 싶은 일, 의미 있는 일을 함에 있어 마라톤이라는 운동이 원동력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다짐한다.
내년 풀코스 다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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