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배드민턴 경기 직관 소감> 액티브 시니어 vs 청춘 파워

마라민턴 2024. 9. 6. 14:47
반응형

노익장들과 청춘들의 격렬하고 따뜻한 우정

 

- 액티브 시니어 vs 청춘 파워 -

 
초등학교 강당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다들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배드민턴 자체경기를 하고 있고 곧 남자복식 결승전이다.
그런데 양 팀 선수구성이 조금 이상하다.
경기장에 들어선 양 팀 선수들에게서 족히 30년 세월의 차가 날 듯했다.
 
노익장들과 청춘들의 대결이라. 이거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체육관이 시끄러웠나보다.
 
사실 액면상으로 게임 자체가 될까 싶다.. 구경꾼들 대부분 청춘 승리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고희를 앞둔 시영거사와상순선사’vs 불혹을 갓 넘긴 영민협객과 동엽신공
 
경기 시작 직전이다.
시영거사의 눈빛이 결연하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어깨를 들썩이기까지 한다.
상순선사는 주위를 의식하고 있다. 긴장을 풀려는 듯 연신 파이팅을 외치며 자신을 다독이고 있다. 자신만의 긴장해소법인 듯하다..
 
반대로 동엽신공과 영민협객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원색이 섞인 유니폼은 젊음을 더 뿜어내고 있었다. 노익장들을 번갈아 보면서 묘한 웃음까지 지어내고 있었다.
 
동엽신공의 서브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네트의 백테를 살짝 타고 넘어오는 셔틀콕을 상순선사는 높고 멀리 보내는 언더클리어로 상대의 공격을 유도했다.
0.1톤의 몸무게에서 나오는 영민협객의 파워스매시를 체크해 보려는 의도인 듯했다..
 
하지만 영민협객은 다시 높고 멀리 보내는 하이클리어로 응수했다. 역시 무리한 공격보다는 두 노익장들의 구질을 파악하려는 생각인 듯하다.
엄청난 신경전이다.
 
세네 번의 랠리 이후 동엽신공의 네트 앞 푸시공격이 라인밖으로 나가면서 노익장들이 첫 득점을 가져왔다.
 
시영거사가 연신이제부터”“이제부터라며 주문을 외쳤다. 상순선사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인드컨트롤 중이다..
 
사실 두 노익장들의 무릎에는 보호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세월의 흐름은 무시할 수 없다고 했지 않는가환갑을 훌쩍 넘긴 이들의 공격력은 최대치가 6할이다. 평소 친선경기는 3할 이상은 쓰지 않는다. 상태가 좋지 않은 무릎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장 주변은 구경하러 온 무림의 객들이 둘러쌌다. 중립을 유지하며 응원을 한다고는 하나 노익장들에게 더 많은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셔틀콕이 8미터 높이의 체육관 천장밑까지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수회, 라켓의 타구음이 밀폐된 체육관에 울려 퍼지고 두 노익장들의 알 수 없는 괴성에 무림의 객들은 열광했다.
 
영민협객의 파워스매시는 강력했다. 임팩트가 정확하고 셔틀콕의 코스는 두 노익장 사이를 매번 갈랐다.
 
동엽신공은 전위에서 영민협객은 후위에서 막강한 공력을 쏟아부으며 두 노익장을 압박했다. 경기는 청춘팀의 우세로 흘러갔다.
 
경기가 잠시 끊긴 사이 상순선사가 물 먹을 시간을 요청했다. 정말 목이 말라서 인지 아니면 시영거사와 작전을 세우기 위함인지 알 수 없었지만 두 노익장들이 눈빛과 손동작으로 교감을 나누는 것은 확실했다.
 
두 노익장들 포지션 변화가 있다. 한보 정도 뒤쪽 엔드라인으로 이동한 후 수비자세를 취했다.
 
젊은 청춘들이 강한 힘만으로 자신들을 공격하기에 네트 앞에 떨어지는 드롭이나 헤어핀 공격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판단인 듯했다.
 
두 노익장들은 자신들에게 남은 공력 5할씩을 보태서 최대 공력을 만드는 협공을 보이고 있다. 시영거사가 자 이제부터라고 하면 바로 이어 상순선사가 가는거야을 연이어 외치기 시작했다. 구호가 리듬을 타서 그럴싸하게 들렸다.
30여 년을 배드민턴 무림에서 수련을 한 내공을 발휘하고 있었다.
 
라켓을 잡은 시영거사의 손가락이 비스듬하다. 왼손은 전방을 향하고 금방이라도 상대의 가슴을 찌를 듯한 자세를 취했다.
칠성천공신법이다.
시영거사는 자신의 라켓을칠성검으로 변환시킨후 자신의 공력을 모두 끌어올렸다.
청춘들의 공격은 매번 시영거사의 칠성검에 모두 막혔다. 짧은 스텝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공격은 정확히 상대의 빈 공간을 파고들었다.
 
동엽신공의 헤어핀 공격에는 크로스헤어핀으로 응수하고, 영민협객의 파워스매시는 대각커트로 응수했다.
떠오르는 셔틀콕을 전위에 있던 상순선사가 담당했다. 완벽한 협공이다. 전세가 역전되었다.
 
시영거사는 교장선생님 출신이다.
평생 교직생활을 했다. 손 아랫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항상 존중한다. 무림에서도 자애롭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는 딴 사람이다. 그만큼 승부에서는 진심이다.
 
상순선사는 공직자 출신이다.
현재 제주 배드민턴 무림의 수장이다.
상순선사 역시 아랫사람에게까지 깍듯하다. 존중하고 배려한다. 자치단체장을 하신분인데도 권위적이지 않다. 진심으로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다.
 
현재 점수 노익장 18vs 청춘 16
 
청춘도 변화가 있다.
동엽신공이 영민협객에게 수비를 분담하자는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공격형 포지션으로 전환했다. 전위는 동엽신공, 후위는 영민협객.
 
영민협객의 스매시 공격이 계속됐다. 아직 자신의 공력을 다 쓰지는 않은 듯하다. 끊임없는 공격에 시영거사의칠성천공신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단 공력을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약한 체력으로 지속하기 어려웠다. 영민협객의 스매시는 두 노익장 사이를 뚫거나 코트 사이드라인에 꽂혔다. 노익장들 수비자세가 흐트러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역전이다.
 
노익장 18 vs 청춘 19
 
영민협객은 야구무림에서 알아주는 주전선수다. 배드민턴 무림에 들어오면서 전혀 다른 무공을 맛보면서 어쩌면 자신의 주종목이 배드민턴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진심이다.
180. 몸무게 100. 다부진 체격
승부와 관련된 것이라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이 강하다.
 
동엽신공은 무림에 들어온 지 일 년이 조금 넘었다.
무림 새내기 답지 않은 너스레와 친화력으로 다른 무림까지 아우르는 스마일맨이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같이 행복해진다. 아직 무공이 완성되지 않은 터라 자세가 엉성하다. 그런데 그 엉성한 자세가 너무 웃기다. 간혹 사람의 혼을 빼놓는웃음신공을 쓰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같이 웃다 보면 아군인지 적군인지 분간이 안 가기도 한다.
 
수없이 오가는 랠리를 지켜보던 무림의 객들은 열광했다. 분위기는이기는 편 우리 편으로 바뀌었다.
선수들 허우적거림에 고함을 질러댔다. “달려가”“죽여”“밀어
 
노익장들의 움직임이 급격히 둔해졌다. 철통수비를 보여주던 상순선사도 흔들리고 있었다.
 
이때 경기를 구경하던 한 여인이 노익장들을 향해 외쳤다.
콕을 동엽신공 뒤로 넘겨!”
동엽신공 머리 위를 넘어가는 하이클리어를 치라는 말이었다.
 
두 노익장은 한 가닥 빛을 보는 듯했다..
단순한 주문이 아니다. 무림의 9단계 신공인마라비수를 구사하는 시영거사의 처 완파윤숙이었다.
그녀의 공격에서는 손을 볼 수 없다. 어느 방향인지도 모른다. 속수무책 당한다. 그녀가 쓰는 마라비수.
승부를 결정짓고도 상대가 다시 도전하지 못하도록 멘털까지 파괴시킨다. 그래서완파.
 
완파윤숙의 주문이 통한 걸까! 동엽신공은 내상을 입었는지 낯빛이 검게 변했다.
세네 번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지금은 아들뻘 아버지뻘의 호칭이 무색하다. 치열하다. 격한 선수들의 모습에 어김없이 무림의 객들은 환호를 지른다. 마치 자신이 싸우고 있는 듯.
 
싸움이 막바지에 이른다.
 
상순선사가 다시 전략을 내놓는다.‘실수의 최소화. 그간 무림에서 경험한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역시 내공은 무시할 수 없다.
 
전의를 상실한 청춘은 자멸하고 있었다.
두 노익장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승자의 미소다. 마지막 한 점!
상순선사가 괴성과 함께 공중을 향해 차올랐다. 두 발이 공중에 떴다.
무림의 최고내공 10단계에서 할 수 있다는점프스매시.
 
시간이 멎은 듯했다. 구경하던 객들도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
 
정확하게 영민협객의 가슴에 꽂혔다.
정말 노인네가 친 스매시가 맞나할 정도로 강력했다.
 
최종결과는 2520으로 노익장들 승리다.
 
세대를 거스르는 열정을 보여준 노익장들에게 강호 고수들은 열광했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두 노익장의 우승소감을 물었다.
죽기 살기로 뛰었다라는 임팩트 있는 말을 남겼다.
 
노익장들은 이번 우승으로 많은 상품이 주어졌다.
탐낼만한 물건도 있었지만경기를 뛸 수 있음을 넘어 우승까지 하게 된 것에 충분히 만족한다라며 전리품 전부를 패자에게 돌리는 넓은 아량까지 보여주었다.
 
진정 성숙한 성자의 태도에 주위로부터 또 한 번의 큰 박수를 받았다.
 
대회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경기 내용에 만족하면 승패도 중요하지 않다.
혼자가 아닌 파트너의 협공으로 얻어낸 승리라면 더 더욱 값어치가 있다.
 
우승의 기쁨으로 생겨 난 엔도르핀으로 어딘가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두 노익장 얼굴이 그려진다.
 
노익장들 정말 노익짱이다. .

승리의 기쁨을 만끽중인 두 노익장(상순선사와 시영거사)

 

반응형